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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했던 건축학 개론의 유명한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 영화로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머...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이 대사를 듣고 난 후 맞이했던 나의 신입사원 입문교육, 그리고 이어진 회사생활은 이런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어떤 회사든 누군가에게는 첫 직장이었다


2007년 11월 26일, 나는 제일기획이라는 회사에 합격했다. 군생활을 직업군인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첫 발걸음이었다. 아래가 합격 당시 화면 이미지인데, 아직도 이런 촌스러운(?) 이미지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

최종 합격 통보 이미지 (출처 - SamsungCareers.com)


그렇게 시작된 나의 사회생활. 11월 26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고, 2008년 1월 30일 신입사원 입문교육에 입과를 했다. 물론 그전에 몇 가지 다양한 입사 전 교육이 있긴 했었다. 추운 겨울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타고 입과한 연수원. 지금은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수료식 날에만 갈 수 있다는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 그곳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받게 되었다. (아직도 2008년 창조관에서 있었던 신입사원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데, 이후 2012년 나는 창조관에서 3년 반을 근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삼성인력개발원 초입 안내판(좌), 창조관 건물 모습(우) (출처 - 인터넷 구글 검색)


당시만 해도 삼성의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입과를 해서 교육을 위한 대강의장에 가면 각 자리마다 정확하게 각을 맞춰 쌓여있는 교재와 정확하게 열을 맞춰 놓인 펜까지. (지금은 페이퍼리스 교육이라 태블릿으로 교재를 대체하기 때문에 교재가 쌓여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군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입문교육은 총 4주에 걸쳐 진행되었다.


당시에 설 연휴가 끼여있어서 더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에는 3주 정도 실시한다고 들었는데, 교육내용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조별 내에서의 활동 또는 조별 경쟁을 통한 순위를 정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내가 입과했을 때만 해도 밖에 나가서 물건을 팔거나 산악 행군을 하며 가벼운 얼차려들이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여기서 잠깐!

왜 신입사원 교육을 3주 동안 실시하는 것일까? 물론 공식적인 의견이나 주장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한 사람의 습관과 관계가 있다. 사람이 어떤 조직의 문화를 체득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최소 3주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단군신화에서 보면 삼칠일이 되는 날 곰이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삼칠일이 즉 21일, 3주를 의미한다. 사람의 습관이 생성되는데 필요한 시간인 것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그렇게 경쟁을 하고, 동료애를 키우며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받게 된다. 세부적인 프로그램들이야 대외비일테니 자세히 서술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냥 몇 가지 꿀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복장은 자유롭되, 지나치지 않게 입자

학생에서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변화도 있겠지만, 옷차림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요즘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한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 함은 정장 스타일의 깔끔한 복장에서 넥타이를 제외한 형태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기에 정장 바지가 꼭 아니어도 면바지까지는 허용하는 회사들도 있으며, 신발도 정장 구두가 아닌 캐주얼 구두까지 허용하는 회사들도 있다.


언어는 압존법에 주의하자

말을 함에 있어서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압존법이라는 게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에 과장님하고 대화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장님께 '김대리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김대리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어렸을 때 국어책에서 할아버지께 '아버지께서 오라고 하셨어요.'라는 문장이 틀렸다고 배운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 문제인데, 실제로 잘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별로 신경 안 쓰는 상사도 있으나, 나이 지긋하신 임원이나 몇몇 꼰대들께서 이런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시고는 한다.


담배는 미리미리 준비하자

삼성그룹의 연수원들은 다 그렇겠지만, 연수원 내 매점에서는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다. 연수원에 흡연구역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흡연구역은 있으나, 교육을 들어가기 전에 흡연자들은 담배를 미리 구입해서 들어가야 한다. 이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연수원에 들어가서 강제 금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친해진 동기들한테 얻어 피우기는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사귀자

대기업들이 실시하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본인이 입사한 회사 외에 관계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에 동기들이기 때문에 더 친하게 만날 수 있다. (물론 경력사원 입문교육은 다양한 직급과 나이대가 섞여있어 신입사원 입문교육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이후에 각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하다 보면 꼭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비슷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면 더욱 그렇다. 


신입사원 입문교육 성적을 우습게 보지 마라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받다 보면 팀 플레이도 많지만,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 여지없이 모든 성적은 교육 후에 개인평가로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받은 성적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인이 입사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다양한 혜택들을 받고 싶다면 이 교육이 중요하다. 추후에 지도선배라는 이름으로 입문교육으로 파견될 때나 이후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대상자로 파견될 때 이때의 성적들도 일부 반영되고는 한다. 이 점수가 형편없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다. 인사예절부터 발표방법, 전화응대 등 다양한 내용들을 배우고 익히게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놓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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