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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만 비추어보면 한 직군에서 3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그저 루틴 하게 진행되는 업무라면 더욱 그 주기는 짧을 것이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든지 '이 업무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갖고는 한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부서나 직군을 옮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행동에 옮기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자의든 타의든 참 많은 직군을 거쳤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 엔지니어 → PD → 영상 기획 담당자 / 교육담당자 → AE → 사업부문 지원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기획, 제작, 지원부서까지 참 다양했다.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자의였던 적도, 타의였던 적도 있다. 그럼 부서이동에 대한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나는 2008년 1월에 방송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다. 제일기획에 방송 엔지니어가 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제일기획에는 삼성의 사내방송을 담당하는 SBC라는 조직이 있고, 각 관계사의 사내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어지간한 케이블 방송국보다 시설은 아마 더 잘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엔지니어로 입사를 해서 만 4년이 되어가던 2011년 말에 첫 번째 부서이동 의사를 밝혔다.
회사에는 현재의 직군이나 부서 이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고, 이를 통해 PD로 자리를 옮기고자 했다. 당시 SBC라는 조직이 생긴 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엔지니어에서 PD로의 직군 이동 지원자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많은 고민을 했고, 자의에 의해 직군 이동을 지원했다. 몇몇 선배 중에는 '회사가 무슨 동아리냐', 'PD가 쉬운 건 같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4년 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지켜만 보다 보니,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가 커져서 하게 된 결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어리숙함이 있었다.

끌어주는 사람을 만들어라
내가 간과했던 것은 어느 팀을 가도 상관없이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옮기고자 하는 부서나 직군에서 나를 끌어당겨서 데려갈 사람이 있거나 나를 받겠다고 하는 부서의 부서장과 사전협의가 있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무작정 직군을 옮기겠다고 하니, 본부장한테도 미운털 박히고, 갈 수 있는 팀이 정해지지도 않아서 2~3개월을 더 엔지니어로 보냈다. 고맙게도 한 팀장님은 나를 데려가겠다 했으나, 본부장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에 또 다른 팀장님이 받겠다 하여 옮기게 되었다. 안 그러면 그저 시간만 흐르다 직군을 옮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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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2년 3월부터 PD가 되었는데, 한 2년 여가 흘렀다. 사원협의회도 하게 되고, 나름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트러블도 있고 해서 퇴직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이 인사팀장 연락이 왔고, 면담을 하게 되었다. '용인으로 가야 할 것 같다'라는 게 요지였다. 그래서 당돌하게도 '지금 이건 통보냐, 의사를 묻는 거냐'를 되물었고, 통보라 했다. 그룹 조직으로 가는 거라 일이 얼마나 빡세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었으나,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어리숙함이 있었다.

부당인사발령은 신고할 수 있다
성격이 무던한 건지 아니면 소속감이 높은 건지 아마도 나는 후자였던 것 같다. 그저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가라는 곳으로 가는 그런 직원이었던 듯싶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근무지 이동은 원칙적으로 직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당인사발령이다. 나에게 통보라고 했고, 심지어 자차도 없던 대로 말년 차가 대중교통도 없는 곳으로 전배라니. 증거가 없으니 항의할 것도 없고, 같은 회사 동료들다 보너스도 좀 더 받았으니, 뭐라 신고할 것도 없다. 그랬거나 말거나 부당인사발령에 대한 걸 알고 나서는 이제는 어지간하면 녹취를 해두는 좋은 습관(?)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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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용인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자세한 내용들은 언급할 수 없으나 영상 기획 담당자로 갔음에도 다른 일을 더 많이 했던 기억밖에 없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2년 넘게 하면서도 안 하겠다 하면 위에 부장은 '그거 말고 뭐할라고?'라는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용인으로 갈 때 3년이라는 기간을 인사팀장과 얘기했으니, 3년 채우자마자 원하는 부서로 가겠다는 의지로 버틴 것 같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복귀 의사를 밝혔다. BE나 디지털로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인사팀에서 AE자리를 추천했다. 그리고 모 팀장님 팀에 TO가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주변 인맥을 활용해 평판을 들어라
그렇게 추천받은 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여기 팀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이 팀이 광고주가 어디고,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의 내용들을 물어보고 답변을 들었다. 특히 그 팀에서 일하다가 다른 팀으로 옮긴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장단점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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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 팀으로 2017년 9월에 복귀를 했다. 입사 10년 차에 새로운 직군의 업무라 서툴기만 했고, 좌충우돌하다가 2018년 1월에는 팀을 옮겼다. 나를 꼴 보기 싫어해서 용인으로 보냈던 본부장에 의해서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가장 악덕 광고주가 있는 팀에서 3개월을 있다가 또다시 타의에 의한 부서 전배가 일어난다. 이번에는 나를 복귀할 때 받아주었던 본부장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본인 직속팀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라
부서를 옮기게 되면 그 부서의 구성원이라든지 업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그 부서에 갔을 때 어느 정도 위치의 서열을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 팀의 동료들은 어떤 평판을 갖고 있는지 등 그런 고민들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팀의 구성원이 나보다 업무역량이나 인성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 팀의 업무가 좋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승격이라든지 고과를 받을 때 나의 유불리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는 뜻이다. 회사생활을 1~2년만 하고 그만 둘 계획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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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8년 4월에 부서를 옮겼고, 2019년 4월 육아휴직을 했으니, 나의 현재까지 마지막 부서는 국내사업부문 기획팀이다. 그나마 그룹 조직에서 일하면서 보고서 양식이나 용어들을 알고 있었으니 적응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팀의 동료들은 업무에 대한 회의에 좀 빠져있기는 했으나,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나의 부서이동 전배 스토리는 진행되어 왔고, 아직 퇴사를 한 것이 아니니 현재 진행형이다.

부서이동, 순간의 선택이 회사생활의 방향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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