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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의 조언

7.조직문화

광녀니 2019. 4. 17. 21:47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한 직군에서 일을 하더라도 팀장이 바뀌거나 팀을 옮겨 다니면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팀장에 따라서 혹은 팀원들의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조직문화를 느낄 수 있다. 오늘 신입사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신입사원은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존재일까?

 

조직문화는 바뀌는 것인가?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처음 느낀 조직문화

그러니까 2008년, 내가 입사할 당시의 제일기획 SBC 기술팀이라는 곳은 아마도 우리나라 광고회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 아닐까 싶다.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팀장이 있었고, 그 밑에 선배들은 딱딱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다. 팀장이 퇴근할 때까지는 일이 없어도 눈치 보며 자리에 앉아 있거나 편집실이나 장비들이 있는 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혹여 일이 있어 먼저 퇴근이라도 할라치면 팀장은 인사를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야근할 일도 없는데, 저녁식사는 꼭 같이 가서 하는 이상한 문화였다. 당시에는 신입사원이었기에 그냥 회사가 다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기는 조직문화였다. 뭐든 함께해야 하는 조직문화였는데, 팀 전원이 남자였기에 아마도 가능한 문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직군을 옮겨 느낀 조직문화

SBC 기술팀이라는 곳에서 제작 PD로 자리를 옮겼다. SBC라는 조직 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부서이동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해보려 한다.) 어쨌든 부서를 옮긴 곳은 제작 조직이라 그런지 한없이 자유로운 곳이었다. 형, 동생 하는 문화는 물론, 자기 방송만 만들면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출퇴근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개인주의가 가득한 곳이어서 그런지 사실 부서 내 유대감은 이전 조직보다는 덜한 곳이었다. 여성 비율이 높은 팀이기도 해서 술자리 문화도 적고, 회식 참여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리고 본인 일정에 따라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편했다.

 

삼성그룹 조직의 조직문화

세 번째로 일하게 된 곳은 삼성 그룹의 교육을 책임지는 삼성인력개발원. 그중에서도 컨설팅팀이었다. 영상 기획 담당자로 파견 가게 되었고, 이 곳에서 3년 반을 일했다. 아마도 내가 느껴 본 조직 중에 가장 보수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그룹 임직원들에게 교육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이 곳도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내가 있던 당시만 해도 회의시간에 쌍욕이 날아다니거나 폭언, 폭설이 가득한 곳이었다. (실제로 많은 여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고회사의 조직문화

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부서는 광고기획팀과 국내사업부문기획팀이었다. 광고기획팀은 흔히 알고 있는 AE라는 직군의 사람들이 있는 팀으로 광고회사의 전형적인 조직문화를 느낄 수 있다. 적당히 개인주의적이면서도 광고주라는 공공의 적이 있어 팀원들끼리 유대감이 어느 정도 생기기도 하는 조직이다. 휴가 사용이나 출퇴근 시간은 일반적인 대기업에 비해 자유로운 면도 있으며, 야근이 많다는 건 단점이긴 하다. 국내사업부문기획팀은 광고회사지만 보수적인 면이 많은 조직이다. 그 자리에 오래 계신 팀장의 영향인지 팀장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며 광고팀에 비해 회의비나 부서 비용을 쓰는데, 상당히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회식비라던지 커피 마시는 비용도 팀장이 통제하는 깐깐한 조직이었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법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내가 겪은 다양한 조직문화들을 보면 과연 조직문화는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신입사원만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신입사원은 사회 초년생의 의미도 있지만, 부서에 새로 전입 온 사람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해 보자. 

 

신입사원의 조직문화 바꾸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일할 당시 결혼을 했는데, 신혼여행 휴가를 2주를 가겠다고 했다. 사실 그곳은 그렇게 길게 휴가 간 사람이 없었기에 특이한 케이스였다.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어쨌든 갔다 왔는데... 그 이후 사람들이 2주씩 휴가를 길게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게 되었다. 다른 부서에서 일할 때에도 팀장은 간부가 2주나 휴가를 간다며 눈치를 줬지만 그 후에 다른 사람도 2주 휴가를 쓰고는 했다. 또 한 가지. 회사에서는 출장을 가게 되면 뒤에 개인 휴가를 붙여서 쓰도록 권장한다. 회사에서는 권장하지만 실제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외로 회사 눈치가 보이고, 와서 보고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미국 출장 당시 여기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올랜도와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보니 그 후에 출장 가는 사람들 중에는 휴가를 붙여서 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휴가 얘기들로 정리했지만, (물론 사원협의회하면서 한 얘기들은 자체검열을 했기에...) 칼퇴근을 한다든지 하는 것도 한 사람이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팀원들도 동참해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조직문화 바꾸는 법

가장 쉽게 가장 효율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권자가 강제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내가 모신 어떤 팀장님은 칼퇴근을 장려하기도 했고, 어떤 팀장님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팀장님은 술자리 회식을 없애고 점심 회식만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물론 가끔 부작용도 있다. 한 예로 사장님은 보고서 있는 회의를 2주에 1번만 하자고 했고, 보고자료도 2주에 1번만 만들면 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밑에 임원은 매주 회의가 있기 때문에 보고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심지어는 2주에 1번있는 보고서 있는 회의 때에는 본인이 볼 보고서를 별도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그 조직은 아직도 사장님용, 담당 임원용 보고서가 따로 존재할 것이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신입사원은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조직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이유 또한 회사가 그런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다.

 

굴러온 돌만이 박힌 돌을 뺄 수 있다. 박힌 돌은 박혀 있으려고만 하기에.

 

PS. 꼰대같은 소리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신입사원들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그런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해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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