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2주 전 금요일이었다. 아이 엄마에게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사고를 쳤다고 한다. 한 아이를 물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처음이었다. 그리고 물린 아이는 바로 이웃에 사는 아이였다. 우리 딸아이가 그 남자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계속 쫓아다니며 같이 놀자고 했는데, 남자아이가 싫다고 했나 보다. 그러니 화가 나서 남자아이를 물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 만에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에도 그 아이를 좋다고 쫓아다녀서 간혹 우리가 아이를 제지하기도 했고, 말려도 보았지만, 부모가 없는 어린이집에서는 누구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날 딸아이를 일찍 집으로 데리고 왔다. 딸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어린이집 선생님은 다른 이야기도 해 주었다. 우리 딸아이가 놀고 나서 정리를 잘하지 않아서 친구들 중 몇몇은 우리 딸아이와 놀기 싫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그 날 딸아이는 엄마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우리 OO이가 나쁜 아이가 되어서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파'라고 이야기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나는 아이를 심하게 꾸짖을 수 없는 성격인가 보다.
딸아이에게는 주말 내내 OO 이와 놀지마라는 정신교육(?)을 시켰다. 절대 가까이 가지도 말고, 그 남자아이가 싫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하고 놀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항상 놀고 나면 정리까지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매일 선생님께 확인하겠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사실 딸아이가 원래 그런 아이였다면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혼내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제주로 이사 오기 전인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어린이집에서 완전히 다른 아이였다. 육지에 있을 때에는 같은 반의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고, 밥도 혼자 잘 먹고, 정리도 나서서 할 정도였다. 성격도 활발해서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다 기억할 정도였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육지를 떠나올 때 담임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고, 이별 동영상까지 만들어 보내 줄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정반대가 되었다. 몇몇 친구들과만 놀고, 밥도 혼자 잘 안 먹고, 정리도 안 하며, 심지어 친구를 물기까지. 바뀐 것은 어린이집 밖에 없는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제주에 이사 와서 다니게 된 어린이집은 확실히 용인과 다르긴 했다. 이전 어린이집도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걸 중심으로 생활하는 곳이었지만, 이 곳은 정말 놀기를 중심으로 하는 곳인 듯했다. 심지어 낮잠을 자고 나면 한 방에 모든 아이들을 모아놓고, TV를 보게 했다. 그리고는 선생님들은 청소를 한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강하게 훈육해도 된다고 했으나,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렇다고 3달 만에 이렇게 되다니.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담임 선생님께 확인했더니 그 남자아이와 너무 잘 놀았다는 것이다. 주말 내내 이야기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니...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육지를 가야 해서 어린이집을 빠지게 되었고, 그 후로는 방학이다. 어차피 8월 중순부터는 다른 곳을 다녀야 해서 우리 부부는 예정보다 빨리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하자고 합의했다. 어쩌면 다른 아이를 물었던 이유가 너무 좋아서 함께 놀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면 어린이집을 못 가게 하는 건 아이에게 가장 큰 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훈육이 안 된다면 더 이상 보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 어린이집은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부득이하게 8월부터는 더 나은 환경의 다른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어서 크게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그만두지 못한 게 아쉽다.
딸, 활발하게 지내는 건 좋지만 남에게 피해 주면 안 돼. 알았지?